사회복지실천과 인권 (배경, 천부권, 실천)
태어나는 순간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권리를 단 한 번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채 자라는 아이들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제가 사회복지 실습을 나가기 전까지는 이 사실이 그저 교과서 속 문장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뀐 건 실습 현장에서였습니다.
아이들이 머무는 쉼터에서 마주한 현실
제가 실습을 나간 곳은 가정에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단기적으로 보호를 받는 시설이었습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어린 아이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연령대가 정말 다양했습니다. 가정폭력, 학대, 부모의 이혼 등 저마다 이유는 달랐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존재여야 할 가족으로부터 기본적인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이런 상황을 아동의 자기결정권(self-determination)이 형성되기도 전에 기본권 자체가 박탈된 상태로 봅니다. 여기서 자기결정권이란 개인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결정을 내릴 힘이 생기기도 전에 이미 안전한 환경 자체가 무너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는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떠올렸습니다. 이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권리는 어디서부터 무너진 것일까요? 제 경험상, 그 균열은 대부분 가정이라는 가장 작은 단위에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천부권이란 무엇이고, 왜 무너지는가
인권은 태어날 때부터 자연적으로 가지는 천부권(天賦權)입니다. 여기서 천부권이란 국가나 법이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태어난 것 자체로 주어지는 권리를 뜻하며, 자연권이라고도 불립니다. 이 개념의 핵심은 단 하나입니다.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든 그 권리는 동등하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다릅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 특히 아동처럼 스스로를 보호하기 어려운 대상은 그 권리가 가장 쉽게 침해됩니다. 이를 두고 사회복지 이론에서는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인권 침해 구조라고 설명합니다. 사회적 취약계층이란 경제적 빈곤, 신체적 약함, 사회적 고립 등으로 인해 스스로 권리를 지키기 어려운 집단을 의미하며, 아동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실제로 아동권리협약(UN CRC)은 모든 아동이 보호받고 참여하며 발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출처: 유니세프 한국위원회](https://www.unicef.or.kr)).
저는 이 문장을 교재에서 처음 읽었을 때는 그냥 넘겼는데, 실습 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만나고 나서야 그 문장이 얼마나 무거운 의미인지 실감했습니다. 인권이 단순한 권리 목록에 그치지 않으려면, 그것을 지켜야 할 책임이 누군가에게 있어야 합니다. 부모, 가정, 국가, 사회 모두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쉼터에 들어온 아이들은 그 책임의 사슬 어딘가가 끊어진 결과였습니다. 인권이 실제로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가정 내 학대 또는 방임으로 기본적인 돌봄이 단절된 경우
- 보호자의 부재나 기능 상실로 아동이 스스로 생존을 감당해야 하는 경우
- 제도적 지원이 있더라도 신청 절차나 정보 접근이 어려워 실질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
세 번째 항목은 제가 실습하면서 특히 자주 목격한 문제입니다. 권리가 있다는 것과 그 권리를 실제로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사회복지사의 실천: 인권을 현장에서 작동시키는 일
인권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현장을 겪어보니, 권리 자체를 아는 것과 그 권리를 일상에서 행사하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훨씬 높은 벽이 있었습니다. 사회복지 실천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임파워먼트(empowerment)입니다.
여기서 임파워먼트란 대상자 스스로가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고 권리를 주체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단순히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자가 권리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아동보호 관련 연간 통계를 보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 중 상당수가 가정 내 학대인 것으로 나타납니다 ([출처: 보건복지부](https://www.mohw.go.kr)).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제도와 신고 체계가 갖춰져 있어도, 여전히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공백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그 공백을 메우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에게 "네가 이런 대우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해주고, 실제로 어떤 도움을 신청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인권을 현장에서 작동시키는 방식이었습니다. 물론 대상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본인이나 타인의 안전에 위협이 생길 경우에는 개입이 불가피하기도 합니다.
이 긴장 관계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사회복지 실천에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솔직히 이건 교과서를 읽을 때는 잘 보이지 않다가, 실습 현장에서 실제 상황을 마주했을 때 비로소 무게가 느껴지는 주제였습니다. 사회복지 실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저는 제 자신과 제 가정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평범하게 누려온 일상이 얼마나 당연하지 않은 것인지, 그 쉼터의 아이들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인권이란 결국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환경"이라는 생각이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한 번쯤 주변의 사회적 약자가 그 권리를 실제로 누리고 있는지 돌아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사회복지 실습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인 의견 공유이며, 전문적인 법률 또는 사회복지 상담 조언이 아닙니다. -
-- 참고: 사회복지실천의 가치와 윤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