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한 분을 담당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게 건강 문제인가, 관계 문제인가, 아니면 경제 문제인가." 저도 노인맞춤돌봄서비스 현장에서 일하면서 딱 그 지점에서 막힌 적이 많았습니다. 하나만 해결하면 될 것 같은데, 막상 들여다보면 전부 엉켜 있더라고요. 그 경험이 통합적 접근을 이해하는 가장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통합적 접근은 왜 등장했을까
사회복지 분야는 한때 개인, 집단, 지역사회를 각각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1920년대 전후부터 1950년대 무렵까지 이어진 전문직 분화기에는 각 영역이 고도의 전문화를 추구하며 독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서비스가 지나치게 쪼개졌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건강 문제는 의료복지 쪽에서 다루고, 가족 갈등은 가족복지 쪽에서 다루고, 경제 문제는 또 다른 창구로 넘기는 식이었습니다. 그 사이에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여러 기관을 전전하며 지쳐버리는 일이 생겼습니다. 저도 현장에서 어르신을 다른 기관으로 연결할 때마다 기관마다 기준과 절차가 달라 속이 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통합 방법론이 등장했습니다. 1950년대 후반부터 논의가 시작되어 1960~1975년 사이에 본격적으로 체계를 갖췄습니다. 통합방법론이란 개인, 집단, 지역사회라는 서로 다른 수준의 문제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원리와 개념을 하나로 묶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한데 묶는다는 뜻이 아니라, 실천 방법 자체를 통합한다는 뜻입니다. 사례관리(Case Management)도 같은 흐름 속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사례관리란 복합적인 욕구를 가진 대상자에게 여러 서비스를 조정하고 연결해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실천 방식입니다. 1960~1970년대 미국과 영국에서 탈시설화 정책이 확산되면서 지역사회 안에서 적절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1980년대에 본격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출처: 보건복지부](https://www.mohw.go.kr)).
통합적 접근의 세 가지 핵심 원칙
제가 현장에서 일하면서 통합적 접근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체감한 건 한 어르신의 사례에서였습니다. 혼자 사시는 분인데, 처음에는 건강이 좋지 않다는 보고만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직접 방문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식사를 거르고, 바깥 출입도 거의 안 하고, 가족과도 연락이 뜸한 상태였습니다. 건강 문제 하나가 아니라 여러 문제가 겹쳐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통합적 접근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생태체계적 관점(Ecological Systems Perspective)에서의 사정(Assessment)입니다. 생태체계적 관점이란 개인을 가족, 이웃, 지역사회, 제도 등 여러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사정이란 그 관점을 바탕으로 클라이언트의 상황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어느 한 부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생활 전반을 함께 살피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통합적 접근의 핵심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클라이언트의 잠재성을 인정하고 미래지향적으로 접근한다. 현재의 어려움에만 집중하지 않고 대상자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로 일합니다.
- 자기결정(Self-Determination)을 최대한 존중한다. 자기결정이란 대상자가 자신의 삶에 관한 선택과 결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권리를 말합니다. 사회복지사가 대신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선택지를 함께 살펴보고 대상자 스스로 방향을 정하도록 돕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 하나의 이론에 고집하지 않고 상황에 맞는 이론과 개입 방법을 선택적으로 활용한다. 인지행동적 접근이 필요할 때도 있고, 강점 관점(Strengths Perspective)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원칙들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어르신의 안전이 걱정되면 빠르게 조치하고 싶어지는데, 그러다 보면 어르신의 의사를 묻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자기결정이라는 원칙이 얼마나 현실에서 지키기 어려운 가치인지를 다시 느꼈습니다.
2023년 노인복지 관련 조사에 따르면 노인 1인 가구는 전체 노인 가구의 35.1%에 달하며, 이들 중 상당수가 건강, 경제, 고립 문제를 복합적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출처: 통계청](https://kostat.go.kr)).
이런 복합적인 문제 상황이야말로 통합적 접근이 왜 필요한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현장에서 통합적 접근을 실제로 적용하려면
현장에서 통합적 접근을 쓰다 보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가 시간과 인력입니다. 한 명의 사회복지사가 수십 명의 대상자를 담당하고 행정 업무까지 함께 처리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생활을 세밀하게 살피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건 개인의 노력으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도 제가 현장에서 나름대로 적용해 온 방식이 있습니다. 생활지원사가 전달한 내용만 보고 바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가능하면 직접 방문해서 어르신의 생활 전반을 함께 살펴봤습니다. 건강 상태, 식사 여부, 외출 빈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확인한 뒤,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하려 하지 않고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금 가장 필요한 부분부터 차례로 접근했습니다. 의욕이 많이 떨어진 어르신께 처음부터 프로그램 참여를 권유하면 오히려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럴 때는 먼저 생활지원사의 정기 방문을 통해 신뢰를 쌓는 것이 효과적이었습니다. 관계가 어느 정도 형성된 다음에 가능한 활동을 자연스럽게 안내하면 훨씬 수월하게 연결이 됐습니다. 이것이 클라이언트 개별화(Individualization), 즉 대상자마다 상황이 다르니 개인에게 맞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원칙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통합적 접근이 형식적인 구호로 그치지 않으려면, 현장의 인력 확보와 기관 간 협력 체계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기관마다 기준이 달라서 연계가 막히는 상황은 구조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사회복지사 혼자 열심히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통합적 접근은 결국 한 사람의 삶을 전체로 보는 시각에서 출발합니다. 어르신의 건강, 관계, 경제, 주거를 따로따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해진 서비스를 순서대로 제공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대상자가 스스로 선택하고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을 함께 찾아가는 것. 저는 그게 사회복지사가 해야 할 일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이 늘 이상적으로 돌아가지는 않더라도, 그 방향만큼은 잊지 않으려 합니다.
참고: 사회복지실천의 관점 : 통합적 접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