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가 끝났다고 해서 일이 다 끝난 걸까요? 저는 노인복지 현장에서 일하면서 그 질문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평가와 종결은 단순히 서류를 마무리하는 행정 절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클라이언트가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 글은 그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총괄평가, 숫자로만 보면 놓치는 것들
,사회복지실천에서 총괄평가(Summative Evaluation)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총괄평가란 프로그램이 종료된 이후에 그 효과성과 효율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지속 여부, 수정 여부, 대안 선택 여부를 결정하는 평가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이 프로그램, 계속 운영할 가치가 있는가?"를 따지는 과정입니다.
총괄평가는 목적 지향적 평가라고도 불리는데, 처음에 세운 개입 목표가 실제로 달성되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이때 자주 활용되는 방법 중 하나가 단일사례연구설계(Single-Case Design)입니다. 단일사례설계란 통제집단을 따로 설정하지 않고, 개입 전 기초선 단계가 통제집단 역할을, 개입이 이루어지는 국면이 실험집단 역할을 하도록 구성하는 연구 방식입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무작위 대조 실험 같은 엄격한 연구 설계를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방식이 자주 사용됩니다.
제가 노인맞춤돌봄서비스와 방문요양센터에서 근무할 때 느낀 건, 이 평가가 지나치게 수치 중심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방문 횟수, 전화 상담 횟수, 서비스 제공 건수 같은 지표는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어르신이 처음보다 자신의 감정을 좀 더 편안하게 이야기하게 되었다는 변화, 혼자라는 느낌이 줄어들었다는 변화 같은 것들이 실적표 한 줄에는 담기지 않더라고요.
~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양적 성과 지표와 함께 클라이언트의 심리사회적 기능 변화를 병행해서 살펴야 평가가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2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사회서비스 품질관리 기준에서도 서비스 성과를 단순 제공량이 아닌 이용자의 삶의 질 변화로 측정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https://www.mohw.go.kr)).
총괄평가에서 놓치기 쉬운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방문 횟수·상담 건수 같은 양적 지표만으로는 실제 변화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 기초선(Baseline) 단계에서 수집한 자료와 개입 후 상태를 비교해야 효과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 과업성취척도(Task Achievement Scale)처럼 클라이언트와 합의한 목표 달성 정도를 측정하는 도구를 활용하면 정성적 변화도 어느 정도 구조화할 수 있습니다. 과업성취척도란 사회복지사와 클라이언트가 함께 정한 개입 과제를 얼마나 이루었는지 점수로 나타내는 방법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어르신의 변화는 대개 아주 천천히, 조용히 옵니다. 처음에는 낯선 방문자를 경계하던 분이 몇 달 뒤에는 "오늘 무릎이 좀 아팠어"라고 먼저 말을 꺼내는 경우가 있었는데, 저는 그 한 문장을 가장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했습니다.
종결단계, 끝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준비
종결이 곧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신호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현장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를 훨씬 더 많이 봤습니다. 종결단계(Termination Phase)란 개입 관계를 공식적으로 마무리하면서 클라이언트가 이후에도 스스로 혹은 다른 지원을 통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과정입니다.
종결에는 여러 유형이 있습니다. 계획된 종결처럼 서비스 기간이 정해진 경우도 있고, 사회복지사가 기관을 떠나면서 촉진되는 종결, 또는 클라이언트가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형이 어떻든 공통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것이 클라이언트의 양가감정(Ambivalence)입니다. 양가감정이란 한 사람이 같은 대상에 대해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을 동시에 갖는 상태를 말하는데, 종결 앞에서 클라이언트는 성취감과 함께 상실감, 불안, 서운함을 함께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혼자 지내는 어르신에게 방문 서비스가 끝난다는 말은 단순한 행정 통보가 아니었습니다. 그분들께는 매주 오는 생활지원사의 방문 자체가 중요한 정서적 지지 자원이었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종결을 통보받으면 버려지는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종결 몇 주 전부터 미리 안내하고, 접촉 빈도를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또한 종결 이후에도 남은 필요가 있다면 의뢰(Referral) 절차가 필요합니다. 의뢰란 현재 기관에서 더 이상 제공하기 어려운 서비스를 다른 기관이나 지역사회 자원과 연결해 주는 과정입니다. 어떤 어르신은 서비스가 종료된 뒤에도 병원 동행, 식사 지원, 정서적 지지가 여전히 필요한 상태였고, 저는 그냥 마무리하지 않고 지역사회 자원이나 다른 기관을 안내하는 과정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사후관리(Follow-up)는 종결 후 2~6개월 시점에 클라이언트의 변화가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개입이 끝난 후에도 변화가 지속되는지 점검하는 것이 목적이며, 개입이 진행 중인 시점이 아니라 종결 이후에 실시합니다. 2023년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발표한 사회복지실천 윤리강령에서도 클라이언트의 지속적인 복지를 위해 사후관리 책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사회복지사협회](https://www.welfare.net)).
~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써보니 사후관리가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담당 대상자가 많고 행정 업무가 쌓이다 보면 몇 달 후 확인 전화 한 통이 전부가 될 수 있습니다. 사후관리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사회복지사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기관 차원의 인력 지원과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가와 종결은 결국 클라이언트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그분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마지막 발판을 마련하는 과정입니다. 제 경험상 이 단계를 얼마나 정성껏 다루느냐에 따라 개입 전체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까지 바라보는 것이 사회복지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현장에서 종결을 앞두고 있다면, 클라이언트의 감정을 한 번 더 살피고 남은 필요가 없는지 점검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 참고: 사회복지실천 - 평가 및 종결단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