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언트의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려다 아무것도 못 바꾸는 경험,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해본 분이라면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노인복지 현장에서 그 벽을 여러 번 느꼈습니다. 그 경험이 쌓이면서 과제중심모델이 왜 현장에서 살아남은 실천 방법인지 몸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과제중심모델이란, 그리고 왜 이 방식이 만들어졌을까
과제중심모델은 시간제한적인 단기개입을 특징으로 하는 사회복지실천 모델입니다. 여기서 단기개입이란 보통 8~12회기 내외의 제한된 기간 안에 클라이언트와 합의한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정신역동모델처럼 내면의 심리구조를 오랜 시간에 걸쳐 탐구하는 장기치료와는 방향이 다릅니다.
이 모델이 처음 개발된 목적 자체가 실천의 책무성 강화였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책무성이란 사회복지사가 자신의 개입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좋은 의도로 열심히 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일할 때도 이 부분이 항상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르신과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진 건 아닐 수 있거든요.
과제중심모델의 개입은 총 5단계로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 시작 단계: 클라이언트와 관계를 형성하고 개입의 틀을 잡는 단계
- 표적문제 규명 단계: 클라이언트가 인식하는 핵심 문제를 함께 확인하는 단계. 여기서 표적문제란 수많은 어려움 중에서 이번 개입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다룰 문제를 의미합니다
- 계약 단계: 목표와 과제, 기간을 문서화하여 클라이언트와 합의하는 단계
- 실행 단계: 합의한 과제를 클라이언트가 직접 수행하고, 사회복지사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단계
- 종결 단계: 성과를 평가하고 개입을 마무리하는 단계
이 모델의 또 다른 특징은 절충주의적 접근입니다. 절충주의적 접근이란 하나의 이론에만 의존하지 않고, 인지이론, 행동이론, 일반체계이론, 의사소통이론 등에서 검증된 방법을 선택적으로 가져다 쓰는 방식입니다. 덕분에 현장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이게 오히려 모델의 정체성을 흐릿하게 만든다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현장에서는 이 유연함이 오히려 강점이라고 느꼈습니다.
과제중심모델은 경험적 조사 연구를 기반으로 체계가 형성되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현장의 감에만 의존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이론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실제 연구에서 효과가 입증된 방법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뜻입니다. 이 점이 과제중심모델을 다른 실천 모델과 구분 짓는 중요한 지점입니다([출처: 한국사회복지사협회](https://www.welfare.net)).
노인복지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 보니
과제중심모델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가 노인맞춤돌봄서비스에서 전담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 경험한 사례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거의 외출을 하지 않는 어르신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우울감이나 사회적 고립이 주된 문제라고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밖에 나갔다가 넘어질까 봐 두렵다는 것이 진짜 이유였습니다. 제가 사회복지사 입장에서 판단한 문제와 어르신이 실제로 느끼는 문제가 달랐던 겁니다.
이런 상황이 바로 표적문제 규명 단계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사회복지사의 시각이 아니라 클라이언트 자신이 인식한 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 교과서에서 읽을 때는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로 지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제 판단을 앞세운 적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어르신의 참여도가 눈에 띄게 떨어졌습니다.
그 어르신과는 아주 작은 과제부터 함께 정했습니다. 첫 주에는 현관 앞까지만 나가보기, 그다음 주에는 건물 복도를 짧게 걷기, 이후에는 생활지원사와 함께 가까운 편의점까지 이동해 보기처럼 단계를 나눴습니다. 여기서 생활지원사란 노인맞춤돌봄서비스에서 어르신의 일상생활을 직접 지원하는 인력을 말합니다.
방문요양센터에서 근무할 때도 비슷한 상황을 많이 겪었습니다. 보호자는 모든 것을 도와드리길 원했지만, 어르신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까지 누군가가 대신해 주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셨습니다. 이때 과제를 설정하는 방식이 중요했습니다. 약 챙기기, 식사 준비 일부, 이동 시 안전 확인처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과제를 정하면 어르신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셨습니다. 막연하게 "건강을 관리해 보자"고 하는 것과는 결과가 달랐습니다.
물론 과제중심모델에 한계가 없는 건 아닙니다. 제 경험상 이건 솔직히 예상보다 더 자주 부딪히는 문제였는데, 오랫동안 누적된 가족 갈등이나 만성질환, 깊은 우울감처럼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습니다. 노인복지 현장에서는 특히 이런 복합적인 어려움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과제중심모델만으로 접근하기보다, 사례관리와 함께 연결하거나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국내 노인 인구 비율은 2024년 기준 전체 인구의 19.2%에 달하며, 이 비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출처: 통계청](https://kostat.go.kr)). 이는 제한된 시간과 자원 안에서 많은 어르신을 효과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현장 사회복지사들에게, 과제중심모델처럼 구조화된 단기개입 방법의 필요성이 더 커질 것임을 의미합니다.
정리하면, 과제중심모델을 현장에서 잘 활용하려면 다음 세 가지가 핵심이라고 봅니다.
- 클라이언트가 직접 인식한 문제를 표적문제로 설정할 것
- 과제는 클라이언트가 실제로 수행 가능한 수준으로 구체화할 것
- 단기개입의 한계를 인식하고, 필요할 때 사례관리나 지역사회 자원과 연계할 것
결국 과제중심모델은 "빠르게, 구체적으로, 클라이언트 중심으로"라는 세 가지 원칙을 실천으로 옮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변화를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가 사회복지실천의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어르신들과 작은 과제를 하나씩 실행해 나가면서 저도 그것을 조금씩 배워갔습니다.
--- 참고: 사회복지실천기술론 과제중심모델
